식물 키운 지 5년째인데, 분갈이하고 나면 남는 흙이 늘 애매했어요. 20L 한 포대 사면 절반은 그냥 남거든요. 버리자니 아깝고, 흙 버릴 마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. 그래서 죽은 화분에서 털어낸 흙이랑 쓰다 남은 흙을 큰 김장봉투에 꾸역꾸역 모아뒀어요. 다음 분갈이 때 그냥 다시 쓰려고요. 딱 그 게으름 한 번에, 저는 집 전체를 뿌리파리한테 통째로 내줬습니다. 근데 지나고 보니 진짜 문제는 벌레 자체가 아니었어요. 그 흙에 애초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, 제가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거였죠.
아까워서 모아둔 흙, 그게 알 창고였어요
재사용한 흙 중에 스킨답서스 죽은 화분 흙이 섞여 있었어요. 잎이 자꾸 물러서 결국 보낸 애였는데, 그땐 그냥 '내가 물을 너무 많이 줬나 보다' 하고 넘어갔거든요. 근데 아니었어요. 그 축축한 흙 속에 뿌리파리 유충이랑 알이 멀쩡히 살아 있었던 거예요. 봉투에 꽁꽁 밀봉해서 몇 달을 방치했는데도 말이죠. 그걸 새 화분 여덟 개에 나눠 담고, 물 흠뻑 주고. 딱 나흘 지났나. 흙 표면에서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기 시작했어요. 그때 알아챘어야 했는데.
나흘 만에 온 집이 날파리 밭이 됐어요

처음엔 두세 마리라 '뭐 곧 없어지겠지' 했어요. 착각이었죠. 일주일쯤 지나니까 저녁에 스탠드만 켜면 그 불빛 주위로 까만 게 대여섯 마리씩 붕붕 날아다녔어요. 화분 열두 개 중에 재사용 흙 쓴 여덟 개가 싹 다 감염됐고, 바로 옆에 멀쩡하던 애들한테까지 번졌어요. 밥 먹다 국그릇에 빠지질 않나, 자다가 얼굴 앞에서 왔다 갔다 하질 않나. 진짜 미치겠더라고요. 그제야 검색해서 이게 뿌리파리라는 걸 알았어요. 성충은 며칠 살다 죽는데, 그 며칠 동안 축축한 흙에 알을 수백 개씩 낳고, 깨어난 유충이 여린 뿌리를 갉아먹는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고요.
급한 마음에 했다가 소용없던 것들

처음엔 눈에 보이는 성충만 잡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. 분무기 들고 온 집을 쫓아다녔죠. 당연히 소용없었어요. 알이랑 유충은 흙 속에 그대로 있는데 날아다니는 몇 마리 잡아봤자였으니까. 노란 끈끈이 트랩도 화분마다 꽂아봤어요. 성충은 제법 붙긴 했는데, 흙에서 새로 계속 태어나니까 이건 뭐 밑 빠진 독이었어요. 겉흙을 마사토로 덮는 복토도 해봤는데 이미 개체 수가 너무 불어서 언 발에 오줌 누기. 이때 진짜 뼈저리게 배웠어요. 벌레는 늦게 대응할수록 몇 배로 힘들어진다는 걸요.
결국 효과 본 건 흙을 바싹 말리고 굽는 거였어요

제대로 잡힌 건 두 가지를 같이 하고 나서였어요. 첫 번째는 물주기 간격을 확 늘려서 흙을 바싹 말린 거예요. 뿌리파리는 축축한 겉흙에 알을 낳는데, 겉흙 3~4cm가 바짝 마르면 그 알이 못 버텨요. 저는 아예 저면관수로 바꿔서 겉은 늘 마른 상태로 뒀어요. 두 번째는, 제일 심한 화분은 그냥 흙을 통째로 갈아엎은 거예요. 그래도 아까워서 남기기로 한 흙은 오븐 팬에 얇게 펴서 90도로 30분 구웠어요. 흙 냄새가 온 집에 배서 남편이 뭐 태웠냐고 물어보더라고요. 근데 이게 알이랑 유충을 확실히 죽이는 방법이더라고요. 냄새는 참을 만했어요.
지금은 흙을 이렇게 관리해요
그 난리를 겪고 나서 흙에 대한 습관을 아예 갈아엎었어요. 첫째, 죽은 화분 흙, 특히 물러서 죽은 애들 흙은 무조건 버려요. 원인이 흙 속에 숨어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요. 둘째, 그래도 아까운 흙은 소독한 뒤에만 보관하고, 다음에 쓸 땐 새 흙이랑 반씩 섞어서 써요. 셋째, 새 화분 들이면 처음 2주는 겉흙을 일부러 바싹 말려요. 혹시 어디서 알이 딸려왔어도 못 자라게요. 흙 한 포대 아끼려다 온 집 화분을 다 날릴 뻔한 뒤로, 이제 저한테 흙은 아끼는 물건이 아니에요. 아끼다 더 크게 잃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거든요.
